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기 전까지는,
‘효도’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말인지 몰랐다.
그저 병원에 모시고 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차 태워드리고, 접수하고, 진료보고, 약 받아오는 일.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부모님의 병실 밖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였다.
안에서는 부모님이 누워 계시고,
밖에는 아무도 없는 긴 병원 복도.
의사는 무표정하게 결과지를 설명하고,
간호사는 바쁘게 지나간다.
그 공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구나.'
누군가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기둥이 되어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부모님 앞에서는
괜히 괜찮은 척 웃었고,
“별일 아니에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서 문 닫고 나면,
눈물이 먼저 나왔다.
울면 안 된다고
계속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마음은 말을 듣지 않았다.
병원비 영수증을 볼 때도 힘들었다.
숫자가 크게 쓰여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현실'이 무거웠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를 시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부모님의 시간까지.
가장 힘들었던 건
그 모든 걸
아무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효도한다”
“대단하다”
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대단해서가 아니라
도망갈 수가 없어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망설일 수 없는 자리,
피할 수 없는 책임,
이유를 묻지 않는 사랑.
그게 가족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부모님 손을 좀 더 자주 잡게 되었고,
조금 귀찮았던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언젠가는
이 시간도 그리워질 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당신도 병원 복도 어딘가에 앉아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순간은
누군가를 가장 사랑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경험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부모님의 뒷모습이 작아 보이기 시작했다 (0) | 2025.11.29 |
|---|---|
| 언젠가 내가 돌봄을 받는 날이 온다면 (5) | 2025.11.29 |
| 건강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었다 (0) | 2025.11.29 |
| 노후가 두려워진 진짜 이유 (0) | 2025.11.29 |
| 가족이 아플 때 처음 겪어본 현실 이야기 (0) |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