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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담

내가 부모님 병원 모시고 다니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

by 할머니소식통 2025. 11. 29.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기 전까지는,
‘효도’라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말인지 몰랐다.

그저 병원에 모시고 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차 태워드리고, 접수하고, 진료보고, 약 받아오는 일.
그게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부모님의 병실 밖에서 혼자 앉아 있을 때였다.

안에서는 부모님이 누워 계시고,
밖에는 아무도 없는 긴 병원 복도.
의사는 무표정하게 결과지를 설명하고,
간호사는 바쁘게 지나간다.

그 공간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구나.'

누군가 기대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고,
이제는 오히려 내가 누군가의 기둥이 되어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는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눌렀다.

부모님 앞에서는
괜히 괜찮은 척 웃었고,
“별일 아니에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서 문 닫고 나면,
눈물이 먼저 나왔다.

울면 안 된다고
계속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마음은 말을 듣지 않았다.

병원비 영수증을 볼 때도 힘들었다.

숫자가 크게 쓰여 있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현실'이 무거웠다.

내가 감당해야 할 무게,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를 시간,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부모님의 시간까지.

가장 힘들었던 건
그 모든 걸
아무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효도한다”
“대단하다”
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대단해서가 아니라
도망갈 수가 없어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망설일 수 없는 자리,
피할 수 없는 책임,
이유를 묻지 않는 사랑.

그게 가족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부모님 손을 좀 더 자주 잡게 되었고,
조금 귀찮았던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언젠가는
이 시간도 그리워질 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당신도 병원 복도 어딘가에 앉아 있다면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당신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순간은
누군가를 가장 사랑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